< 책 리뷰 > 불안 - 남의 눈치를 보는 게 불안의 씨앗

2017. 3. 28. 17:10Book & Comics

불안 (Status Anxiety)  - 알랭 드 보통

 

책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알랭 드 보통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왜 수많은 책 중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선택한거지?'

 

'사실 알랭 드 보통에 대해 아는거는 유명 작가라는 평판 뿐이지 않아?'

 

'그저 유명한 작가라는 이름에 홀린 건가? 베스트 셀러 목록의 책을 유행에 따르듯 읽는 것 처럼....'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과, 과거 잠깐 도서관에서 훑어본 여행의 기술

내가 가진 알랭 드 보통 이라는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여행을 가지고 이렇게 어렵게 말할 수 있구나. 작가는 다 그런가? 피곤하게 사네...'

 

그렇지만 괜스레, 지적인 사람이 하는 농담에 조차 귀를 기울이듯, 

잘 몰라도 깊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보통의 책을 내 방 책장에 전시하며,

'언젠가는 읽어보겠지...' 라는게 지난 달 까지의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에 대한 개인적 태도였습니다.

 

 

그렇게 외면 받던 책 중 한권이 '불안'입니다.

 

우연히 활동중인 독서모임에서 간직하고 있던 불안(?)이 이번달의 책으로 선정,

이번 기회에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본래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에 관해서는 저보다 훨씬 잘 정리 해주신 분들이 많으니 제차 요약하지 않겠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에 들뜬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든 책은 환절기 꽃가루 알러지 처럼 녹록지 않았습니다.

 

책은 작가가 생각하는 불안을 야기시키는 1부 원인 과 2부 해결 로 크게 나뉘어 있습니다만,

 

원활한 독서를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불안> 이라는 심리 상태와 작가가 다루는

{ 불안 (status anxiety) }이 확연히 다름을 제정립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주관적 해석으로는 작가는 '불안이 개인적, 심리적 요인이 전부가 아닌, 사회에서의 인과관계를 통한 외부적요인에 대한 반응이 불안(status anxiety)감을 조성한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목 또한 그냥 '불안'이 아닌 'status anxiety 지위적(반응적) 불안'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라며,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책의 주 내용 구성은 작가의 주장을 뒷 받침하는 역사적 사실과, 그에 따른 작가의 예리하지만 시니컬한 한마디(딱히 독자에 대한 친절함을 기대하기 어려운)가 반복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위적 불안을 느끼는 근원적 요인을 특정지으며, 그 원인이 생성된 인과관계를 역사적 사실 (주로 기록물) 을 바탕으로 설명 또는 인과성의 해석을 돕는 형식인데, 무심코 읽으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난해하며, 이미 읽은 문장을 다시 읽어 앞뒤 연결 또는 사고의 흐름를 천천히 따라가야 이해하기 쉬운 난이도 있는 책 (지극히 주관적 평가) 이 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인 요점이 뚜렷하고 일맥상통하는 듯한 개운한 느낌의 책과는 거리가 멀지만, 중세 귀족사회나 또는 초기 자본주의 사회 등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나타난 지위적 불안이 개인에게 어떤식으로 작용하며, 심지어 스마트폰 (정보의 불균형이 과거에 비해 완화된) 이 일상 생활화 된 현대 사회에서 조차, 과거의 그것과 현재도 유사하게 작용되던 심리적 요인들과 그에 따른 진화하지 못한 개인의 동일한 반응 같은 것을 생각하며 흥미롭게 정독 할 수 있었습니다.

 

지위적 불안의 원인 부분이 물질적, 외부 환경적 요인에 가깝고, 그에 대한 해결을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2부 해결 부분에서는 물질적 가치에 반하는 정신적 가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어떻게 보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같이, 현실적으로는 개인이 해결하기는 어려우니 마음을 고쳐먹거나 달리 생각하라는 무책임한 말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성과나 결과로만 평가되는 목적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1등의 성적표를 받지 못한 개인에게 위로가 되고, 계속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츤데레적인 메시지가 아닐까하며 꿈보다 이상한 해몽을 해봅니다.

 

추가) 책의 예시가 주로 서양쪽 내용이 많아 한국인으로서 공감하기 어렵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도 있습니다만, 역자의 말에 나름 좋은 의견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조금더 가볍고 위트있게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아직도 딱딱하고 진지하게만 쓰여진 글에 한참 부족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