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 더 해빙 (The Having) - 이 책은 그냥 소설이다.

2020. 12. 28. 16:06Book & Comics

 

한줄평 - 이 책은 사실이나 논리를 바탕으로 한 비문학 서적은 절대 아니고, 자기 계발류 소설이라 생각하고 보면 됩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 따르면 국내에는 대략 9100개 출판사에서, 2019년 국내 총 발간한 도서 숫자는 6만 3000여 권의 신작을 새롭게 출간하여 시장에 선보였다. 그중에서 제법 팔리는 책,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책의 숫자는 20~30권 정도라고 생각한다.

6만여 권의 경쟁작들을 제치고서 베스트셀러 차트를 차지하는 도서들은 책 자체의 매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이 주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수오서재>라는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FULL소유로 논란이 되었던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2권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출판사이며, 그 외 주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회사이다.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포근한 인상의 스님이 마음을 다독여 주는데 싫다 할 사람이 있을까. 비록 저자인 스님께선 소유한 물질이 충분히 풍족하여 따듯한 마음에 여유가 돌아 불쌍한 중생들을 다독여 이롭게 하실지라도, 중요한 건 당장 사람들 눈에 보이는 다정한 이미지가 크게 어필한다. 

이번 <더 해빙> 도 출판사의 성공적인 이미지 마케팅의 결과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대형 투자자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찾는 사람, 대기업 창업주와 주요 경영인의 자문역할을 하고, 부자들이 소중한 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는 데 사용할 만큼 만남을 고대하는 이서윤이라는 표면적 이미지를 잘 마케팅하고 있다.

실제로 위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 과정 없이 잘 포장된 이미지만 남겨둔 채 이서윤이라는 캐릭터를 부자들의 행운의 여신이자, 선지자로 포장하고 그분의 말씀을 일반인 독자들에게도 전달한다는 식의 내용 구조다.

마케팅이라는 게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여 시장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종합적 행위이며, 요약하면 보는 이가 사고 싶게 만들 광고를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마케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데 반해, 상품의 본질적 가치보다 더 크게 보이는 과대광고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해빙은 홍주연 씨가 이서윤 씨의 외면과 내면을 정성스럽게 찬양하는 부분 빼면 큰 내용은 없다. 구루의 한 말씀이라는 부분도 어디서 들어본 내용의 짜깁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페이지 344쪽에 하드커버로 만든 이 책을 굳이 읽으시겠다면, 나무젓가락도 잘게 부수면 이쑤시개로 사용 가능하다는 태도가 적절하다. 

이 책에 따르면 the having은 지금 가진 거에 감사한 "느낌"을 충분히 가지고, 그에 따른 기분 좋은 "감정"을 마음에 품으면, 본인을 둘러싼 긍정적 "기운"이 끌어당김의 법칙을 작용시켜서 "행운"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긍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이 도움이 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 "감사하는 느낌"에서 시작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행운 끌어당김의 법칙을 유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Step 1 - Give (제공하라)

세상에서 필요한 것(수요)을 찾아서 제공(공급)하라. (Give 하는 과정에서 기분까지 좋다면 축하할 일.) 

그런데 2020년 12월 28일 이 시점에 코로나 백신 연구원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중요한가? 기쁘게 만든 백신은 효능이 더 좋고, 기분 상한 체 만든 백신은 효능이 절반인가? 수요와 공급에 제작자의 느낌이 무슨 상관인가? 고객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가가 중요하지. 따라서 느낌과 행위 중에 뭐가 더 중요한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 수 있다. 감정이나 느낌을 사고팔 수 있는 SF영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감정이 실제 행위보다 고평가 받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Step 2 - take (보상받으라)

앞서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아라. (세상에 공짜 보상은 없다.)

스스로 느낌을 가지는 거는 공짜다. 감정을 바꾸는 것도 공짜다. 그럼 긍정적 기운을 품는 것도 공짜다. 그런데 타인에게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스스로의 좋은 기운을 연료 삼아 타인에게 좋은 느낌, 감정, 기운으로 바꿔주는 것을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준 게 없으면 받는 게 없어야 한다. 책에서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행운은 곱셈이지 덧셈이 아니다. 제공하는 게 없으면 행운도 없다. 다시 말해서 the having (감정적 자기 합리화)을 안 해도 제공하는 게 있으면 보상(행운)이 생긴다. 

그럼 the having이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 맞는가?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단골 내용이 운칠기삼이다. 운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인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운이란 수요와 공급, give and take라는 불변의 진리에 해당하는 운이지, 희로애락 같은 감정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이 아니다. 극단적 예로 나영이가 안타까워 대한민국 모든 이가 조두순을 저주하고 악감정을 가져도 감정으로는 조두순의 지방세포 하나도 못 죽인다. 그러니 감정 팔이에 놀아나지 마시길 바란다.

마케팅 기술에 오염된 시장에서는 많이 팔린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교훈을 남기며, 책 리뷰를 마칩니다. 

유사한 견해의 리뷰 영상 추가

https://youtu.be/B_RFGDLW7eA

개똥도 약에 쓴다는데, 그럼 시크릿 또는 해빙 같은 책의 쓸모는 무엇인가? 

https://youtu.be/DkG06FeHdvA